관세 면제 받는 법|FTA 협정관세, 원산지증명서
관세 면제 받는 법, 모르면 그냥 내고 알면 줄일 수 있다
해외직구를 하다 보면 관부가세가 붙는 순간 체감 가격이 확 올라간다. 특히 상품 가격이 높은 물건일수록 관세 몇 퍼센트 차이가 생각보다 크게 느껴진다. 처음에는 나도 그냥 세관에서 고지되는 대로 내는 건 줄 알았다. 그런데 몇 번 직접 알아보고 서류를 준비하다 보니, 조건만 맞으면 관세를 줄이거나 면제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여기서 말하는 관세 면제는 무조건 세금을 안 낸다는 뜻은 아니다. 정확히는 FTA나 RCEP 같은 협정을 이용해서 일반 관세율 대신 협정세율을 적용받는 것이다. 어떤 품목은 협정세율이 0%라서 관세가 면제되는 효과가 생긴다. 다만 부가세는 별도로 부과될 수 있으니, 관세가 0%라고 해서 전체 세금이 무조건 0원이 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처음에 가장 헷갈렸던 부분도 이 지점이었다. “유럽에서 샀으니까 FTA 되겠지”, “영국 제품이니까 관세 안 붙겠지”라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원산지, 서류, 배송 방식, 통관 방식이 모두 맞아야 했다. 그냥 유럽 쇼핑몰에서 샀다는 이유만으로 FTA가 자동 적용되는 것은 아니었다.
FTA 협정관세란 무엇인가?
FTA 협정관세는 우리나라와 협정을 맺은 나라에서 원산지 요건을 충족한 상품을 수입할 때 낮은 관세율을 적용받는 제도다. 쉽게 말하면, 해당 상품이 협정국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으면 일반 관세율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일반 관세율이 8%인 물건이라도 한-EU FTA나 한-영 FTA 요건을 충족하면 관세율이 0%가 될 수 있다. 고가의 의류, 신발, 가방, 생활용품, 취미용품 등을 직구할 때 이 차이가 꽤 크다. 30만 원짜리 물건에서는 몇 만 원 차이일 수 있지만, 100만 원이 넘어가면 차이가 확실히 체감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구매한 나라”가 아니라 “상품의 원산지”다. 독일 쇼핑몰에서 샀다고 해서 무조건 독일산이 아니다. 이탈리아 브랜드 제품을 영국 사이트에서 살 수도 있고, 프랑스 쇼핑몰에서 중국산 제품을 살 수도 있다. 협정관세를 적용받으려면 실제 상품이 해당 협정의 원산지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EU와 영국 직구는 원산지신고서 문안이 중요하다
유럽연합 회원국에서 생산된 상품은 한-EU FTA 적용을 검토할 수 있다. 영국산 상품은 한-영 FTA 적용을 검토할 수 있다. 여기서 핵심 서류는 보통 별도의 예쁜 증명서가 아니라, 인보이스 같은 상업서류에 들어가는 원산지신고서 문안이다.
처음에는 나도 원산지증명서라고 해서 별도의 공식 양식이 있어야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EU나 영국의 경우에는 송품장, 인보이스, 인도증서 같은 상업서류에 정해진 원산지 문구가 들어가는 방식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다. 판매처가 이 문구를 정확히 넣어줘야 하고, 원산지 표시도 맞아야 하며, 수출자 정보와 서명도 빠지면 안 된다.
실제로 내가 DHL로 접수할 때도 이런 부분 때문에 몇 번 반려된 적이 있다. 한 번은 담당자 이름이 없어서 안 됐고, 또 한 번은 서명이 없어서 안 됐다. 어떤 때는 원산지는 독일로 표시되어 있는데 원산지 문구 안에는 이탈리아로 적혀 있어서 또 반려됐다. 이런 사소해 보이는 부분이 실제 통관에서는 꽤 중요하게 작용한다.
인보이스에 꼭 확인할 내용
- 협정 적용에 필요한 원산지신고 문구가 들어가 있는지
- 상품의 원산지가 명확하게 표시되어 있는지
- 수출자 또는 판매자 정보가 정확한지
- 담당자 이름 또는 수출자 성명이 들어가 있는지
- 서명이 필요한 경우 서명이 빠지지 않았는지
- 원산지 문구와 상품 원산지 표시가 서로 맞는지
특히 EU 제품은 여러 국가가 얽혀 있어 문구를 적을 때 헷갈리는 경우가 있다. 내가 문의했을 때는 특정 국가명이 애매하게 충돌하는 것보다, 해당 조건에 맞는 경우 원산지 문구에 EU로 기재하는 방식이 더 깔끔할 수 있다는 안내를 받은 적이 있다. 물론 이 역시 실제 상품 원산지와 서류 내용이 맞아야 한다.
일본 직구는 FTA가 아니라 RCEP을 확인해야 한다
일본에서 직구할 때는 한-EU FTA나 한-영 FTA처럼 생각하면 안 된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별도의 한일 FTA가 있는 구조가 아니라, RCEP이라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을 통해 협정관세 적용 여부를 검토하게 된다.
RCEP에는 한국과 일본을 포함해 여러 아시아·태평양 국가가 참여하고 있다. 그래서 일본산 상품을 직구할 때도 품목과 원산지 요건, 직접운송 요건, 원산지증명 요건이 맞으면 협정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다. 다만 모든 일본 상품이 자동으로 관세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일본 제품이라고 해도 실제 원산지가 일본이어야 하고, 해당 품목이 RCEP 협정세율 적용 대상인지 확인해야 한다. 또 필요한 경우 RCEP 원산지증명서나 원산지신고서가 준비되어야 한다. 금액이 낮은 경우에는 원산지증명 제출이 면제되는 경우도 있지만, 고가 물품이라면 서류 요건을 미리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배대지를 이용할 때는 먼저 적용 가능 여부를 물어본다
내가 관부가세가 부과될 만한 상품을 살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배대지에 문의하는 것이다. “이 상품 FTA 협정관세 적용 가능한가요?”, “원산지신고서가 있으면 접수 가능한가요?”, “어떤 문구와 서류가 필요하나요?”를 먼저 물어본다.
배대지를 이용하면 판매처에서 배대지로 물건이 가고, 배대지가 다시 한국으로 보내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원산지 서류를 배대지가 제대로 받아서 특송사나 통관 과정에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판매처가 서류를 만들어줬더라도 배대지가 처리하지 못하면 적용이 어려워질 수 있다.
그래서 고가 상품은 주문 전에 배대지 고객센터에 먼저 확인하는 편이 낫다. 나중에 물건이 이미 출고된 뒤에 서류를 찾으려고 하면 판매처, 배대지, 특송사, 세관 사이에서 계속 문의가 오가게 된다. 이 과정이 생각보다 번거롭다.
직배송은 판매처에 서류 발급 가능 여부를 먼저 확인한다
해외 판매처에서 한국으로 바로 보내주는 경우에는 판매처에 직접 문의해야 한다. 단순히 “Do you ship to Korea?”만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FTA 또는 RCEP 적용을 위한 원산지 서류를 인보이스에 기재해줄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판매처가 서류를 어디에 전달하느냐다. 가장 좋은 경우는 판매처가 특송사에 전자 서류로 바로 접수해주는 것이다. FedEx나 DHL 같은 특송사를 이용할 때는 서류가 운송장 정보와 함께 전달되면 통관 과정에서 확인이 훨씬 수월하다.
문제는 어떤 판매처는 인보이스를 물품 박스 안에만 동봉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이러면 특송사는 통관 단계에서 해당 서류를 확인하지 못할 수 있다. 물건은 이미 한국에 도착했는데, 특송사 쪽에는 원산지신고서가 접수되지 않은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물건을 받은 뒤 사후에 협정관세 적용이나 환급을 시도해야 할 수 있는데, 솔직히 꽤 번거롭다. 서류를 다시 받아야 하고, 통관 내역을 확인해야 하고, 신청 절차도 따로 진행해야 한다. 처음부터 판매처가 특송사에 서류를 제대로 넘겨주는 것이 가장 깔끔하다.
EMS는 조심해야 한다
직배송이라고 해도 배송 방식이 EMS라면 조금 더 조심해야 한다. EMS 우편물은 국제우편물 통관 절차로 들어가고, 경우에 따라 현장과세나 간이통관 방식으로 처리될 수 있다. 이때 협정관세 적용을 제대로 신청하지 못하면 일반 세율로 과세될 수 있다.
내가 느낀 현실적인 문제는 비용과 번거로움이다. FTA를 적용받겠다고 일반 수입신고로 진행하면 관세사 비용이 붙을 수 있고, 이 비용이 관세 절감액보다 커지는 경우도 있다. 특히 관세 차이가 크지 않은 물건이라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수 있다.
그래서 고가 상품이고 협정관세 적용을 확실히 받고 싶다면 EMS보다 FedEx, DHL 같은 특송 배송이 더 나은 경우가 많다. 물론 이것도 판매처가 서류를 제대로 준비해주고, 특송사에 전달해준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서류가 있다고 무조건 되는 것은 아니다
FTA나 RCEP 적용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은 서류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원산지 문구가 들어간 인보이스가 있다고 해도, 실제 상품의 원산지가 협정 요건을 충족하지 않으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독일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제품이라도 제조국이 중국이면 한-EU FTA 적용 대상이 아닐 수 있다. 일본 브랜드 제품이라도 실제 제조국이 베트남, 중국, 태국 등이라면 일본 RCEP 적용을 단순하게 기대하면 안 된다. 브랜드 국가와 제조국은 다를 수 있다.
협정관세는 결국 “이 상품이 협정에서 정한 원산지 상품인가”를 보는 제도다. 그래서 상품 상세페이지의 Made in 표시, 제품 라벨, 인보이스의 원산지, 판매처가 발급한 원산지 문구가 서로 맞아야 한다. 서로 다르면 통관 과정에서 반려되거나 추가 확인을 요구받을 수 있다.
원산지증빙서류는 5년 보관해야 한다
이 부분도 꼭 기억해야 한다. 협정관세 적용을 받았다면 관련 원산지증빙서류를 일정 기간 보관해야 한다. 내가 찾아본 기준으로는 수입자의 경우 협정관세 적용을 신청한 날의 다음 날부터 5년 동안 보관해야 한다.
처음에는 개인 직구인데 굳이 보관까지 해야 하나 싶었다. 하지만 협정관세는 먼저 적용해주고 나중에 검증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나중에 세관에서 확인을 요청할 가능성을 생각해야 한다. 원산지신고서가 들어간 인보이스, 결제내역, 주문내역, 배송내역, 상품 원산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는 따로 저장해두는 것이 좋다.
특히 고가 상품일수록 자료를 대충 두면 안 된다. 이메일로 받은 인보이스는 PDF로 저장하고, 판매처와 주고받은 원산지 관련 답변도 캡처해두는 것이 좋다. 제품에 Made in 표시가 있다면 사진으로 남겨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관세 면제 적용 전 확인할 체크리스트
- 구매 국가가 아니라 실제 상품 원산지를 확인했는지
- 해당 국가와 한국 사이에 FTA 또는 RCEP 적용이 가능한지
- 상품의 HS 코드상 협정세율이 유리한지
- 판매처가 원산지신고서 문구를 인보이스에 넣어줄 수 있는지
- 원산지 문구, 원산지 표시, 담당자 이름, 서명 등이 빠지지 않았는지
- 배대지 이용 시 배대지가 FTA 서류 접수를 지원하는지
- 직배송 시 특송사에 서류가 전자적으로 전달되는지
- EMS라면 간이통관과 일반통관 비용 차이를 확인했는지
- 협정관세 적용 후 증빙서류를 5년간 보관할 수 있는지
내가 실제로 배운 가장 현실적인 팁
직구를 몇 번 해보면서 느낀 것은, 협정관세는 통관 단계에서 갑자기 준비하려고 하면 늦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주문 전에 판매처와 배대지에 먼저 물어봐야 한다. “FTA invoice 가능합니까?”, “origin declaration 넣어줄 수 있습니까?”, “서명과 담당자 이름을 넣어줄 수 있습니까?” 같은 질문을 미리 해야 나중에 덜 고생한다.
또 하나는 판매처가 FTA를 잘 모르는 경우도 많다는 점이다. 특히 일반 소비자 대상 쇼핑몰은 한국 통관에 필요한 문구를 정확히 모를 수 있다. 이럴 때는 필요한 원산지 문구를 복사해서 보내고, 인보이스에 넣어달라고 요청하는 방식이 더 빠르다.
다만 아무 상품에나 적용하려고 하면 안 된다. 실제 원산지가 확인되는 상품이어야 하고, 서류 내용도 사실과 맞아야 한다. 관세를 아끼려다가 잘못된 원산지 자료를 쓰면 나중에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마무리하며
관세 면제는 운 좋게 받는 것이 아니라 조건을 맞춰서 신청하는 것이다. EU, 영국, 일본처럼 협정 적용을 검토할 수 있는 지역에서 직구하더라도 원산지, 서류, 배송 방식, 통관 방식이 맞지 않으면 적용이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고가 상품을 직구할 때는 결제 전에 한 번 더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배대지를 이용한다면 배대지에 FTA 적용 가능 여부를 문의하고, 직배송이라면 판매처에 원산지신고서 작성과 특송사 전달 가능 여부를 물어보자. EMS라면 간이통관으로 처리될 때의 한계와 일반통관 비용까지 함께 계산해야 한다.
모르면 그냥 내는 세금이지만, 알면 줄일 수 있는 경우가 있다. 물론 모든 상품이 해당되는 것은 아니지만, 관부가세가 크게 나올 만한 상품이라면 FTA나 RCEP 적용 가능성을 한 번 확인해볼 만하다. 작은 확인 하나가 몇 만 원, 많게는 더 큰 금액 차이를 만들 수 있다.
참조 : https://www.customs.go.kr
참조 : https://www.fta.go.kr
